수빈 박씨의 부친인 박준원 역시 국왕의 외조부라는 드문 유례를 누리게 되었다. 당시 순조의 나이가 고작 11살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법적 증조모이자 영조의 계비인 정순왕후가 수렴청정을 했다. 정조는 척신을 배척했으나 정순왕후는 수빈 박씨의 일족을 왕실에 협력할 척신으로 생각했다. 정순왕후 덕분에 순조 즉위 초부터 박준원은 관직 진출이 화려해졌다. 박준원은 어영대장에 임명되어 병권을 맡게 되었고 이후 공조판서까지 되었다. 정순왕후는 정조의 유지를 잇는다는 이유로 박씨 일가에 대해 호의를 베푸었다. 순조 초년만 하더라도 박준원은 조정 일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정국의 변화에서 벽파 세력을 축출하는데 협력했으며 순조 재임 기간 내내 권세를 누렸다. 박준원이 사망한 이후에 이 가문은 박종경을 중심으로 해서 위세를 이어나갔으며 순조의 처가가 되는 안동 김씨와 함께 세도정치의 핵심 가문이 된다.참고:李美善 ( Lee Mi-seon ). "정조대 초반 後嗣문제를 둘러싼 왕실여성들의 동향과 위상." 진단학보 -.143 (2024): 327-356.수빈은 비록 대비가 되지는 못했고 평생 후궁의 지위에 머물렀긴 하지만 정조의 아들을 낳아 그 가문이 엄청나게 성장하게 되었으니 자신의 임무는 마치고도 남았다. 정조가 여러 번 수빈을 우대해주고 총애했다는 내용이 나오지만 정조의 그 마음이 과연 사랑이었을까 싶다. 정조의 입장에서는 의빈이 죽은 마당에 후사를 낳기 위해서 후궁이 더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화빈같은 사람은 싫어했으니 성격이 고분고분한 사람을 골랐을 것이고(애초에 수빈은 이미 내정자였다), 자신에게 선택지는 수빈 한 명밖에 없었다. 의빈과 정조의 사랑 이야기는 조선 후대까지 유명했으므로 수빈이 자신이 의빈의 빈 자리를 채우러 들어왔다는 것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수빈이 이러한 전체적인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신을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빈을 보고 있으면 화빈이 얼마나 대책없는 사람인지 느껴진다. 애초에 화빈인 수빈처럼 고개를 숙이고 살았더라면 의빈 사후 그 총애는 본인에게 돌아왔을 것이다.이렇게 자기 아들이 왕이 된 것을 지켜본 수빈의 마음은 어땠을까. 자신이 배아파 낳은 아들이고 분명히 엄마지만 후궁이 낳은 자식은 법적으로 왕비의 소생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대놓고 어머니라고 부르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왕실의 웃어른이 몇 명씩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수빈은 예법에 신경을 썼을 것이고 그저 멀리서 자기 아들이 왕이 되어 국정을 운영하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을 것이다. 수빈의 집안은 수빈이 아들을 낳으면서 조선시대의 세도가가 되었긴 했지만 안동 김씨에 비해 세력이 딸렸다. 또한, 순조는 똑똑한 정조의 아들이었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즉위했으며 그 능력 또한 존재감이 없는 수준이다. 수빈의 애매한 위치로 인하여 순조는 자신의 어머니가 후궁임에도 불구하고 왕비의 예로 장례를 치르고 싶어했다. 이는 예법에 어긋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많은 대신들이 반대했는데 순조는 이 부분에서만 만큼은 자신의 의지가 확고하여 반대하는 대신들을 유배보냈다. 살아생전 후궁임에도 '저하'라는 칭호가 붙었지만 수빈은 왕의 어머니에게 쓰는 '자전'은 사용하지 못해 순조가 항상 어머니를 '자궁'이라고 부룰 수밖에 없었다.이렇게 뽑힌 수빈은 간택된지 3일 뒤인 2월 11일에 수빈의 빈호를 받았고 다음날에 왕비의 가례에 준할 만큼 성대한 의장과 예식을 치뤘다. 입궁 후 수빈은 창경궁의 집복헌에서 처음 생활했다. 이곳은 숙종의 후궁인 명빈이 연령군을 낳은 곳이었고 영조의 후궁인 영빈이 사도세자를 낳은 곳이었다. 수빈의 처소를 집복헌으로 정해준 것은 그녀가 정조의 대를 잇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빈은 입궁한 후 4년이 지어서야 정조의 첫 아이를 임신했다. 이렇게 수빈의 임신이 늦게 된 이유는 정조의 마음이나 다른 외적 요인도 작용했겠지만 효의왕후가 그 사이 임신했기 때문이다. 왕비의 임신은 경사이기 때문에 후사를 이으려고 들어온 수빈은 자칫하면 찬밥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이목이 효의왕후의 배에 집중되었지만 이는 상상임신이었다. 정조의 부인들은 화빈 윤씨, 효의왕후 두 명이 상상임신을 겪었는데 이는 모두 정조의 아이가 없었을 때 발생한 것으로 그들의 임무가 너무 막중했기 때문에 압박감으로 인해서 해프닝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효의왕후의 상상임신 사건 이후 수빈은 입궁한지 4년이 지나서 첫 왕자를 낳았다. 정조의 간택후궁 중에서 왕실의 후사를 이어야 한다는 후임을 마친 사람은 수빈이 유일하다.수빈은 순조 22년 12월 26일 창덕궁의 보경당에서 사망했다. 시호는 현목수빈으로 행실이 중외에 드러나고 덕을 베풀고 의로움을 간직했다는 뜻이다. 수빈은 순조의 생모였지만 후궁이었기 때문에 대비가 될 수 없었다. 순조는 그런 생모를 대비처럼 대우했다. 휘경원을 관리하는 수봉관을 능에 해당하는 참봉으로 바꿨다. 장례 후에는 창경궁 안의 도총부 자리에 둘 정도로 각별하게 모셨다. 순조는 자신의 생모에게 효심을 드러내고 대비가 되지 못한 한을 장례로 보여주려고 했지만 조정대신들은 예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여 논쟁이 일어나게 되었다.수빈의 위치를 보고 있으면 차라리 수빈에게 '저하'라는 칭호만 줄게 아니라 중국의 황귀비처럼 어떤 지위를 만들어줬어야 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명나라도 이러한 제도가 있었는데 명나라를 떠받드는 조선이 못할 이유가 있는지.. 조선이 건국된지 수백년이 되어서야 수빈같은 케이스가 처음 나왔다. 차라리 이때 이런걸 만들었으면 사대부 가문들이 후궁으로 자기 자식을 보내려고 하고, 그래서 좀 더 후사가 더 번창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비록 후궁 가문이 좀 나대기는 했겠지만 대가 끊겨서 남남이나 다름 없는 종친을 후계로 세워서 힘없는 왕이 더 많이 나타나게 하기 보다는 차라리 최소 직계는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게 낫지않나하는 생각이 든다.중국 왕조는 후궁이 낳은 아들이 황제가 되면 그 어머니의 신분이 함께 높아져서 태후가 되지만 조선시대는 후궁이 낳은 아들이 왕이 되어도 절대로 그 어머니는 대비가 될 수 없었다. 또한, 중국의 왕조들과 다르게 조선시대는 후궁이 낳은 자식이 왕이된 케이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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